11월 17일...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의 성녀는 여러 명인데, 그 중에서도 오늘 기념일로 

지내는 헝가리인 왕비 엘리사벳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자선사업의 수호성인이고 프란치스코 제3회 수호성인으로 공경 받고 있는 

엘리사벳은 1207년 헝가리의 왕 안드레아 2세의 공주로 태어나 

4살 때, 독일 튀링겐의 영주 아들 루트비히와 약혼했으며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7살 위인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을 살게 되었다.

바르트부르크 성은 가끔 호사스러운 연회가 베풀어졌으므로 

신앙생활에 지장을 많이 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엘리사벳은 그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성당 근처를 택하여 놀이를 하며 

놀 때에 내기에 지는 사람은 성당에 가서 주님의 기도 12번을 외우도록 하는 벌칙을 즐겨 하는 등 신앙생활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엘리사벳은 매 주일마다 양어머니인 성주의 부인 소피아의 인솔로 미사에 참례했는데 관례에 따라 그녀의 머리에는 화려한 황금관이 씌워져 있었다.

어느 날 못 박히신 예수님의 성상 앞에서 기도하던 엘리사벳은 문득 예수님의 머리에 가시관이 씌워있음을 발견하고는 즉시 자기 머리에서 금관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

1221년 엘리사벳이 열네 살이 되었을 때,  루트비히가 어린 몸으로 튀링겐의 영주가 되자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인 루트비히는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였고, 엘리사벳은 남편을 지극 정성을 다하여 섬겼으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며 부부는 세 자녀를 낳았다.

한편 1221년에 작은 형제회가 독일에 정착하였는데 이는 엘리사벳의 생애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성 프란치스코의 이상 안에서 엘리사벳은 성 안에서의 화려한 생활 속에서도 빈민구제를 염두에 두고 그들을 위해 많은 보조금과 식량을 나누었으며 때로는 손수 빈민들을 찾아가 도와주었다. 

특히 남편 루트비히 성주가 독일 황제의 수행원으로 로마에 가자 남편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는데 마침 전국에 큰 흉년이 들자 엘리사벳은 성의 창고 문을 열어 이재민들에게 식량을 분배해 주었고, 심지어 자신의 의복을 팔아 그들의 곤궁을 풀어 주었다. 

1227년 남편이 십자군으로 출정하였다가 이탈리아에서 사망하자 

성주의 형제들은 엘리사벳을 학대하고 아이들과 두 명의 하녀와 함께 

궁에서 쫓아냈다. 

성 안의 사람들은 새 성주에게 적의를 살까봐 어느 누구도 그녀가 쉴 집을 내주지 않았다. 엘리사벳은 생계를 위해 시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마르부르크에 있는 프란치스코회 성당 근처의 작은 집에서 살았다. 

이전의 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난을 겪어야했지만 그녀는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음을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후에 엘리사벳은 복위되었고  그때 왕비를 잃은 프레데릭 2세 황제가 엘리사벳에게 구혼했으나 가난과 은둔생활을 좋아하고 세속적인 것을 바라지 않았던 성녀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전부터 열망하던 수도생활을 실천하려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제3회에 입회하고, 작은 암자를 짓고 기도와 박애가 넘치는 자선사업에 전념하였다. 

하느님을 향한 신심과 자선을 위한 고된 노동에 지친 그녀는 1231년 11월 17일, 그녀의 나이 24세 때  사망하였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1235년 이탈리아 페루지아에서 그녀의 시성식을 성대하게 거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