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성당사무실
화~금 09:00 ~ 18:00
토요일 09:00 ~ 18:00 미사 후
주일 06:30 ~ 19:00 미사 후
T. 02.2203.6161  
F. 02.2203.7171

점심시간
평   일           12:00 ~ 13:00
토요일           12:00 ~ 13:30
주   일           12:30 ~ 14:30
(월요일,  법정공휴일 휴무)
자유게시판

김대건 아홉 번째 서한 전문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무 작성일21-08-12 20:58 조회1,446회 댓글0건

본문

 설 무렵이 되면 외교인들은 미신에 빠집니다객줏집 사람들은 뜬눈으로 첫날 밤을 새웠습니다그런데 자정 쯤에 제주(祭主)가 무엇인지 모를 괴상한 옷차림을 하고 제 잠자리인 (khang)’ 즉 온돌로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저는 그가 왜 왔는지를 짐작하였고, 그래서 자는 척하였습니다그는 나를 깨우려고 여러 번 제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그때 저는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뭐지요무슨 일이 있소?” 하고 물었습니다. “일어나시오귀신들이 가까이 옵니다귀신을 마중 나가야 합니다.” 

귀신이 가까이 온다니어디서 오는 거요무슨 귀신들이오?” 

그렇소귀신들, 큰 귀신들이 와요일어나시오그들을 마중 나가야 합니다.”

여보, 잠깐 기다려요보다시피 나는 지금 잠 귀신에 접해 있소지금 오는 귀신 중에 나를 이만큼 기분 좋게 해줄 귀신이 또 있소제발 내 귀신과 조용히 즐기게 내버려 둬요당신이 말하는 그런 귀신들을 나는 모르오.” 


제주는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면서 물러갔습니다아마 그는 귀신들에 대한 저의 공경심에 별로 감화를 받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제 여행의 전도가 불길할 것으로 예측했을 것입니다.

 

귀신들을 맞이하는 방법은 이렇게 진행됩니다시간이 되면, 다시 말해서 자정이 되면 남녀노소 모두가 각자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마당 한가운데로 나옵니다그들은 거기에 서 있고, 의식을 주례하는 가장은 하늘을 사방 휘둘러 봅니다그 사람만이 귀신들을 알아볼 특권이 있습니다.


귀신들이 그에게 나타나면 그는 곧 귀신들이 온다모두 엎드려라저쪽에서 온다!”라고 소리칩니다그 순간 가리킨 방향으로 모두 엎드립니다짐승들의 머리와 수레 앞쪽도 그쪽으로 향하게 합니다


자연계의 모든 것이 그 나름대로 귀신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만일 이 천상의 손님들이 도착하면서 말의 방둥이를 보게 되면 부당한 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귀신들을 이렇게 맞이하고 나면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가 귀신들을 위해 풍성한 잔치를 즐깁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일주일을 머물렀습니다. 음력 정월 초 4이후 소용이 없게 된 우리 썰매를 그곳에 남겨 두고우리 말에 안장을 얹고 객줏집 주인의 마차를 따라 길을 떠났습니다. 마차꾼들과는 약속된 값을 치르고 숲을 지나는 동안숲 속에는 몸을 녹이고 취사할 나무 밖에 없어 우리 말에게 여물을 주고 우리 생활 필수품을 운반해 주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영고탑 근처에 있는 마렌호Ma-lien-ho)馬速河)’에 도착하였는데, 6백 리 떨어진 바다에까지 이르는 길이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7~8년 전만 해도 도중에 여행자들을 받아들일 만한 집이나 초막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길손들은 떼를 지어 가야 하였고, 또 밤이 되면 그 자리에서 야영하며 호랑이들을 쫓기 위해 아침까지 불을 계속 피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객줏집들이 큰길가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객줏집들이란 나뭇가지와 그 줄기들을 포개 놓고, 그사이에 난 아주 큰 구멍들을 진흙으로 메워서 원시적으로 지은 큰 초가들입니다. 그것을 건축한 사람그리고 지금은 연기에 그을린 이들 숙소에 사는 집주인들은 이 지방 말로 '쿠앙쿤츠

Kouang-koun-tse光提子라고 불리는 두서너 명의 중국인들입니다


그들은 가족이 없고 멀리서 왔으며대부분은 집을 뛰쳐나와 약탈을 일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겨울에만 여기서 살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들의 초막을 떠나 산림으로 가서 밀렵하거나 인삼(Jen-seng을 찾아다닙니다. 이 진귀한 뿌리는 중국에서 같은 무게의 금값의 배로 팔립니다.

 

이 초막 안은 겉보다 더 더럽습니다. 한가운데 3개의 돌 위에 놓인 큰솥 하나가 이 식당들을 위한 유일한 식기입니다. 그 밑에서 불을 때는데 연기가 사방으로 새어 나갑니다. 벽들의 그을음이 어느 정도일지는 주교님 상상에 맡깁니다


그들의 총과 사냥 칼들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그을어 벽 구실을 하는 나무 기둥에 걸려 있습니다. 방바닥은 나무껍질로 덮여 있는데바로 이 풀 요 위에서 여행자는 그 지친 몸을 쉬고, 여행을 계속하기에 필요한 기운을 회복해야 합니다


어떤 때는 1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서로 뒤죽박죽 포개진 채로 잔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연기로 숨이 막히고 거의 질식되어 가끔 공기를 마시고 숨을 돌리려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는 밤새 들이킨 그을음을 뱉어냈습니다!



 

쿠앙쿤츠들은 손님들에게 잠자리와 물밖에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행자들은 산림으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필수품을 장만해야 합니다. 거기서는 동전이 통하지 않고 은화도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객줏집 주인들은 숙박비 대신 쌀, 좁쌀증기나 재 속에서 구운 작은 빵고기고량주 등을 받습니다. 짐승들은 바깥에서 잡니다. 그래서 짐승들이 늑대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보초를 서야 합니다


그놈들이 가까이 오면 말들은 울거나 겁이 나서 팽창된 콧구멍을 헐떡거립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관솔불을 들고 북을 치고 소리 지르고 울부짖으며 짐승들을 쫓습니다. 이 산림들은 매우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나무들이 거창하고 키가 매우 컸습니다. 산림 가에서만 도끼로 나무를 찍어낼 수 있고안에는 늙어서 쓰러진 나무들이나 있을 뿐입니다. 이들 나뭇 가지에 새들이 구름같이 모여듭니다


그중에는 어린 사슴을 채가는 매우 큰 새들이 있는데그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꿩이 아주 많은데그것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꿩들은 독수리들과 사납게 싸웁니다. 하루는 이 사나운 새 한 마리가 꿩 한 마리를 덮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놀라게 했더니 그놈은 꿩 대가리만 물고 달아났고그래서 나머지는 우리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훈춘까지 하룻길밖에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둔한 마차들을 앞질러 가서 마침내 주교님을 하직한 지 한 달 만에대략 18443월 초우리의 여행 목적지에 도달하였습니다. 초소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훈춘은 바다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그리고 조선과 만주를 갈라놓는 두만강豆滿江어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만주인 1백 가구가량이 살고있는 작은 마을이지만남쪽에 있는 풍변멘Foung Piun-Men. 鳳邊門다음으로 조선과 중국 사이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곳입니다. 만주 출신의 제2급 관리가 휘하 200300명의 군사와 포졸들의 도움을 받아 치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중국인이 아주 먼데서부터 그리로 교역(校易하러 옵니다. 그들은 조선인들에게 개고양이, 담뱃대녹용구리, 가죽노새나귀 들을 주고 그 대신 바구니식기, , 돼지종이, 돗자리모피빠르기로 이름난 조랑말들을 받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일반 사람들을 위해서는 2년마다 한 번밖에 열리지 않고 그것도 한나절밖에 가지 않습니다.


상품의 교환은 훈춘에서 40리 떨어진 조선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 경원에서 이루어집니다. 만일 밤이 임박해서도 중국인들이 국경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조선 군인들이 허리에 칼을 차고 그들을 쫓습니다.

 

봉천길림영고탑훈춘의 몇몇 관리들에게는 좀 더 자유가 주어집니다. 즉 그들은 해마다 교역을 할 수 있고 또 그들의 일을 처분할 수 있도록 5일간이 허락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엄중한 감시를 받고 또 밤은 조선 땅 밖에서 보내야 합니다. 그들은 각기 장교 5명을 거느리며또 장교는 각기 5명의 주요 상인들을 거느리고 있어서 그것이 하나의 조그마한 대상(隊商)을 이룹니다


그들은 산림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전에 한 산꼭대기에 천막을 치고 돼지를 잡아 산신들에게 제사를 지냅니다. 모두가 이 제물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렇게 1년에 몇 시간의 장사가 중국인과 조선인 사이의 유일한 교류입니다. 그 밖의 다를 때는 어느 쪽에서든지 국경을 넘는 자가 있으면 종이 되거나 가차 없이 학살 당합니다.

 

두 나라 사이에는특히 중국인들이 조선에 들어와 어린이와 여자들을 납치해 간 때부터 깊은 증오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주막에서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강탈된 조선 젊은이 하나를 만났는데 20세쯤 되어 보였습니다. 그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중국인으로 여기고 목을 자를 테니까요.”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어 조선말을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모국어를 잊어버렸을 뿐더러 제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변명하며 거절하였습니다. 그는 제가 바로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 훈춘은 제국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또 다른 장사로 이 지방에서 유명합니다. 그것은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일본 바다에서 따내는해초hai-tshai, 海草입니다. 그것을 따는 사람들은 배를 타고 해안으로부터 멀리 나가서 자루 같은 것을 허리에 차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자루가 차면 올라와 자루를 비우고 배가 가득 찰 때까지 물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중국인들은 이 해초를 아주 좋아해서 매우 많이 소비합니다. 큰길에서 해초를 실은 마차의 대열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조선 국경에 도달하였을 때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아직도 8일이 흘러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루해 보였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약속된 신호로 조선 교우들을 알아보고 그들과 대면하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주소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11-2 천주교 신천동 성당 TEL02-2203-6161 FAX02-2203-7171

Copyright © Sincheon Catholic Church 2014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