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성당사무실
화~금 09:00 ~ 18:00
토요일 09:00 ~ 18:00 미사 후
주일 06:30 ~ 19:00 미사 후
T. 02.2203.6161  
F. 02.2203.7171

점심시간
평   일           12:00 ~ 13:00
토요일           12:00 ~ 13:30
주   일           12:30 ~ 14:30
(월요일,  법정공휴일 휴무)
자유게시판

김대건 아홉 번째 서한 전문 (1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무 작성일21-08-12 20:42 조회1,506회 댓글0건

본문

 

< 아홉 번째 서한 전문 >

 

 

(페레올 주교에게 보낸 김 안드레아 부제의 서한

몽골 소팔가자에서), 18441215


주교님의 강복을 받고 주교님과 하직한 후184425), 우리는 썰매를 타고 눈 위로 빨리 달려 몇 시간이 안 되어 장춘長春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밤을 지냈습니다. 이튿날 떠나 둘째 날 우리는 말뚝으로 둘러막은 울타리를 넘어 만주로 들어갔습니다


들판은 온통 눈으로 덮여 어디를 보나 단조로운 백색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집에서 다른 집으로 가기 위해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속력으로 달리는 수많은 썰매는 우리 눈에 흥미 있는 풍경으로 보였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도시는 길림吉林이었는데길림은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성

즉 길림성의 수도이고장군 혹은 부도통이 주재하는 곳입니다.

길림은 송화강松花江동쪽 강가에 자리하고 있는데그 강물은 2월의 추위로 아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은 한 산맥이이때는 그 산봉우리들이 엷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는데이 도시를 북쪽의 찬바람으로부터 막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거의 모든 도시처럼 길림에도 주목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벽돌이나 흙으로 지어진 단층의 초가집들이 무질서하게 빽빽이 들어 서 있습니다. 이들 집에서 나오는 연기는 곧바로 올라가 얼마 안 되어 마치 푸르스름한 빛깔의 거대한 망토처럼 온 도시를 감싸며 대기 속으로 흩어집니다


만주인과 중국인들이 이곳에 섞여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훨씬 많습니다. 둘을 합치면 인구가 60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구 조사라는 것이 이 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고또 중국 이야기의 첫째 특징이 과장이기 때문에 그 주민의 실제 수를 위해서는 거기에서 4분의 3을 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쪽의 도시들처럼 거리가 매우 붐비고 거래가 아주 활발하였습니다.

 

길림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짐승 가죽과 각계각층 여자들의 머리를 장식하는 가화무명과 비단 옷감, 황제의 산림에서 나오는 건축 목재들의 집산지입니다.

이 산림까지는 길림에서 별로 멀지 않습니다. 산림들이 그 시커멓고 민둥민둥한 머리를 눈이 부신 흰 눈 위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 멀리 보였습니다.

 

이 산림들은 두 민족 사이의 모든 교통을 끊고, 또 마치 이 분열을 지속시키려는 넓은 장벽처럼 중국과 조선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이 가증스러운 분열은 조선인들이 반도로 격퇴당한 이래 존재하는 것입니다. 산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600리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북쪽에서 남쪽까지의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우리가 여기서 산림을 가로질러 곧장 조선으로 향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여정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산림은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성벽처럼 우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먼 길로 돌아가야 했고또 트인 길을 찾기 위해 영고탑 방향으로 가야 했습니다.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즉 우리가 영고탑으로 가는 길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주님의 섭리가 우리를 도우러 오셔서 고향인이 도시로 돌아가는 두 상인을 안내자로 보내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들을 따라 얼마 동안 강 얼음 위를 지치며 강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울퉁불퉁한 땅군데군데 끊긴 산들그 우거진 숲트인 길이 없는 것 등이 여행자들에게 강 길을 택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송화강을 떠나면서 북쪽에서 이 강의 지류와 합류하는 또 다른 지류를 찾아갔습니다. 중국인들은 그것을 목단강牧丹江이라 부르고서양 지도에는 후르시아Hur-sia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달단 이름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객줏집들이 강가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곳에서 한 교우 객줏집을 만나게 되어 놀랐고 또한 기뻤습니다. 거기서 형제처럼 대접을 받았습니다. 숙박비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을뿐더러 음식까지도 부득이하게 거저 받았습니다. 이것은 중국인 교우들에게 인정해야 할 하나의 미덕입니다. 그들은 외국인과 그들의 형제들에 대해 가장 너그러운 무료 숙박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길이 조금 덜 우둘투둘한 데를 찾아 때로는 강의 얼음 위로, 때로는 그 강의 왼쪽이나 오른쪽 강가를 따라 전진하였습니다. 좌우로 큰 나무들로 덮인 높은 산들이 우뚝 솟아 있었고또 거기에 호랑이, 표범, , 늑대그 밖의 맹수들이 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습격하려고 모여듭니다


이 무서운 산간벽지 가운데로 경솔하게 감히 혼자서 지나가려고 하는 사람은 정말 불행합니다! 멀리 못 가서 잡아먹힐 테니까요. 이번 겨울에도 근 80명의 사람과 100마리 이상의 소와 말들이 이 육식 동물들에게 잡아먹혔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여행자들은 단단히 무장하고 또 무리를 짓지 않고서는 지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적들이 두려워할 만큼 떼를 지어 갔습니다. 이따금 맹수 몇 마리가 굴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놈들은 우리들의 침착한 태도에 위압되어 우리 들을 습격할 생각을 못 하였습니다.

 

이 짐승들이 사람들을 해치려 하므로 도리어 사람들은 그놈들을 몰살시키려 합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황제가 이 산림으로 많은 사냥꾼을 보내는데 지난해에는 그 수가 5천 명이었습니다


그 용사들 가운데서 몇 사람은 언제나 그들의 용맹 때문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런 용사한 사람을 그의 동료들이 그곳에서 1천 리가 넘는 그의 조상 묘지로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싸움터에서 쓰러졌던 것입니다. 그의 관 위에는 그의 전리품인 사슴뿔과 호랑이 가죽이 자랑스럽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장례 행렬의 두목은 종이돈을 이따금 길에 뿌리며 갔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의 혼이 그것을 주워서 저세상에서 쓰게 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이 불쌍한 사람들은 슬프게도 신앙과 선행이 저세상에서 통하는 유일한 진짜 돈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황제만이 이 산림에서 사냥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많은 중국인과 조선인 밀렵꾼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 산림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림을 뚫고 지나 동쪽 바다로 통하는 길을 만나는 장소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너비가 7080리 되는 작은 호수를 건넜습니다. 호수는 그리로 흘러 들어가는 강과 마찬가지로 얼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황제를 위해 거기서 많은 진주를 채취하기 때문에 이 지방에서 유명합니다. 그 호수를 '헤후Hei-hou또는 '칭주멘

Tsing-tchou-men이라고 부르는데 흑호黑湖또는 진주문珍珠門이라는 뜻

입니다. 진주 채취는 여름에 이루어집니다.

 

진 주문에서 나와 우리는 한 객줏집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큰 명절이요 큰 잔칫날이요 기쁜 날인 음력 설날양력 1844218이 임박해 있었습니다. 길손은 누구나 이 설을 지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어야 합니다. 객줏집 주인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장춘에서 훈춘으로 가는 길인데 그리로 가는 길을 모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내 집에서 묵도록 하십시오. 설이 되지 않았소. 한 주일 후면 내 마차들이 같은 곳으로 가기로 되어있으니 당신들의 짐과 일용품을 거기에 싣고 같이 떠나도록 하십시오. 그동안 대접은 잘해 드리겠소. ” 하고 그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였습니다. 실은 우리 말들이 지쳐 있었고그래서 며칠 동안의 휴식이 필요했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주소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11-2 천주교 신천동 성당 TEL02-2203-6161 FAX02-2203-7171

Copyright © Sincheon Catholic Church 2014 ALL RIGHT RESERVED.